매장에서 자주 듣는 말 한 마디
“선생님이 같은 곡인데 저보다 훨씬 가볍게 누르던데, 제 기타가 문제인 건가요?”
이 질문의 답은 대부분 기타의 문제가 아니라 현고(액션) 설정에 있습니다. 현고는 줄이 지판 위에 얼마나 떠 있느냐를 말하는데, 이 수치가 맞지 않으면 좋은 기타도 비효율적으로 연주하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클래식기타의 현고를 직접 확인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합니다.
현고(액션)란 무엇인가
현고(액션, Action) 는 12프렛 상단에서 줄 아랫면까지의 거리를 말합니다. 클래식기타는 스틸스트링 통기타나 일렉기타와 달리 나일론 줄을 사용하기 때문에 진동 폭이 넓습니다. 그래서 현고를 너무 낮추면 줄이 프렛에 닿아 버징(Buzzing, 줄이 프렛에 닿아 금속성 잡음이 나는 현상)이 생기고, 너무 높으면 좌손 프레싱에 과도한 힘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클래식기타의 12프렛 기준 권장 현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줄 | 낮은 설정 | 표준 설정 | 높은 설정 |
|---|---|---|---|
| 1번줄 (고음) | 2.5mm | 3.0mm | 3.5mm |
| 6번줄 (저음) | 3.5mm | 4.0mm | 4.5mm |
이 수치는 절대값이 아닙니다. 손 힘·주법·악기 상태에 따라 적정값이 달라집니다.
준비물
작업 전 아래를 준비하세요.
- 버니어 캘리퍼스 또는 현고 게이지 — 자를 쓰면 오차가 큽니다. 0.1mm 단위까지 읽히는 캘리퍼스가 기본.
- 새들(Saddle) — 현고 조정의 핵심 부품. 브릿지 홈에 끼워져 줄을 받치는 흰 막대. 플라스틱 출고 모델은 본(Bone) 소재로 교체하면 음색까지 개선됩니다.
- 사포 (180방→240방→400방) — 새들 하단을 갈아내릴 때 단계적으로 씁니다.
- 연필과 자 — 갈아낼 양을 표시하는 용도.
- (선택) 줄받침 너트(Nut) — 개방현 버징이 있다면 너트 높이도 확인해야 합니다. 너트는 헤드 쪽 줄 받침대.
1단계 — 현재 현고 측정
기타를 연주 자세로 잡고 12프렛 위에 캘리퍼스를 댑니다. 프렛 상단에서 줄 아랫면까지를 읽습니다. 줄 윗면부터 재면 줄 굵기(약 0.7~1.2mm)가 더해져 오차가 납니다.
측정 후 위 표와 비교해 현재 기타가 어느 구간에 있는지 파악합니다.
매장에서 측정해보면 국내 입문 모델의 상당수가 6번줄 기준 4.5mm 이상으로 출고됩니다. 이 수치면 프레싱마다 좌손 엄지가 넥을 강하게 눌러야 버티게 되고, 장시간 연습 후 손목 피로가 누적됩니다.
2단계 — 목표 현고 정하기 (손 힘·레벨별)
수치를 낮추기 전에 목표값을 먼저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조건 낮다고 좋은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손 힘이 약한 편 / 연습 초기 (6개월 미만)
– 1번줄 2.7~3.0mm / 6번줄 3.8~4.0mm 목표
– 이 구간에서는 포르테(센 음)를 칠 때 약간의 버징이 생길 수 있지만, 연습 과정에서 허용 범위 안에 있습니다.
표준 손 힘 / 6개월~2년 연주자
– 1번줄 3.0~3.2mm / 6번줄 4.0~4.2mm
– 클래식 주법의 아포얀도(Apoyando, 줄을 눌러 이웃 줄에 걸치는 주법)와 티란도(Tirando, 줄을 당겨 공중에서 멈추는 주법) 모두 안정적인 구간입니다.
손 힘이 강한 편 / 포르테 음색을 선호하는 연주자
– 1번줄 3.2~3.5mm / 6번줄 4.2~4.5mm
– 줄 진동 폭이 크기 때문에 현고가 이 범위 이하면 포르테에서 버징이 잦아집니다.
한 가지 기준을 덧붙이면: 음계를 1포지션에서 4포지션까지 쉬지 않고 쳤을 때 손목이 경직되는 느낌이 온다면, 현재 현고가 높은 쪽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단계 — 새들 조정 (핵심 작업)
현고는 주로 새들 하단을 갈아내려 낮춥니다. 새들을 갈아내면 브릿지 홈 안에 앉히는 높이가 낮아지면서 12프렛 현고가 내려갑니다.
새들 1mm를 갈아내면 12프렛 현고는 약 0.5mm 낮아집니다 (레버 비율 때문에 절반만 반영). 즉 현고를 1mm 낮추려면 새들 하단을 약 2mm 갈아내야 합니다.
작업 순서
- 줄을 모두 풀고 새들을 뺍니다 (손으로 당기면 됩니다).
- 새들 하단에 연필로 갈아낼 목표 선을 표시합니다.
- 사포(180방)를 평평한 면에 고정하고 새들을 수직으로 세워 앞뒤로 문지릅니다. 비스듬히 갈면 새들이 기울어져 인토네이션(개방현과 12프렛 음정이 맞도록 줄 길이를 맞추는 셋업)이 틀어집니다.
- 중간마다 새들을 홈에 다시 끼우고 1번줄만 걸어 현고를 재측정합니다. 목표값에 0.2mm 이내로 들어오면 240방→400방 순서로 마감합니다.
- 전체 줄을 다시 걸고 최종 측정 후 확인합니다.
주의: 새들을 너무 많이 갈아내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한 번에 1mm 이상 갈지 말고 0.5mm씩 나눠 작업하세요.
4단계 — 너트 높이 확인
새들 조정 후에도 1~3프렛 구간에서 버징이 남거나 개방현 음정이 불안정하다면 너트 높이를 확인합니다.
너트 높이 확인법: 2프렛을 손가락으로 누른 상태에서 1프렛 위의 줄 높이를 봅니다. 줄이 1프렛에 거의 닿아 있으면 적정, 0.5mm 이상 떠 있으면 너트가 높은 편입니다.
너트 작업은 새들보다 난도가 높습니다. 너트 홈의 각도·깊이를 함께 다뤄야 하기 때문에, 처음이라면 매장 셋업을 의뢰하는 쪽이 낫습니다.
5단계 — 음색 명료도 확인
현고 조정 후 반드시 다음을 체크합니다.
- 개방현 울림 — 6번줄부터 1번줄까지 하나씩 쳐서 여운이 깨끗하게 이어지는지
- 포지션별 음정 — 1프렛부터 12프렛까지 반음씩 올라가며 버징 없이 깨끗하게 나는지
- 포르테에서의 버징 허용 여부 — 강하게 쳤을 때만 미세한 버징이 생기는 정도라면 허용 범위
- 인토네이션 — 튜너로 개방현과 12프렛 하모닉스(12프렛 위 줄을 살짝 건드려 내는 배음) 음정이 일치하는지 확인
흔한 실수 세 가지
① 새들을 대각선으로 갈기
새들 하단이 수평이 아니면 각 줄의 현고가 제각각이 됩니다. 반드시 수평 유리판이나 평판 위 사포에서 작업하세요.
② 목표값 없이 무작정 갈기
“조금만 낮추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면 과하게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업 전 목표 수치를 종이에 써놓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③ 넥 상태 확인 생략
현고 문제가 새들이 아니라 넥 곡률(릴리프) 에서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릴리프(Relief)란 넥이 앞뒤로 약간 휘어진 정도를 말하는데, 클래식기타 넥은 스틸스트링 기타와 달리 트러스로드(넥 내부 금속 조정봉)가 없는 경우가 많아 조정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넥이 심하게 휘어 있다면 개인 작업보다 루시어(Luthier, 현악기 제작·수리 장인) 또는 매장 수리를 권장합니다.
셋업 비용과 의뢰처
직접 작업이 부담스럽다면 전문 셋업을 맡기는 것도 선택지입니다.
- 클래식기타 기본 셋업 (현고 조정 + 인토네이션 확인): 3~6만원선
- 너트·새들 소재 교체 포함: 추가 2~5만원
- 본(Bone) 새들 교체: 음색 명료도 개선 효과가 크다는 사용자 후기가 많습니다. 출고 플라스틱 새들을 본 소재로 바꾸는 것은 현고 조정과 함께 의뢰하면 비용 효율적입니다.
낙원악기상가 내 클래식기타 전문 수리점이나 schoolmusic.co.kr 매장에서 의뢰 가능합니다.
모델별 셋업 성향 정리
이번 글에서 언급한 모델들의 출고 셋업 성향을 간략히 정리합니다.
| 모델 | 출고 현고 경향 | 셋업 권장 여부 |
|---|---|---|
| Alhambra Student 3C | 비교적 균일, 표준 범위 | 선택적 |
| Yamaha CGX122MS | 약간 높게 출고되는 경우 있음 | 1번 권장 |
| Corona SLC100 | 슬림 바디로 낮은 현고와 궁합 좋음 | 취향에 따라 |
| GopherWood C500 | 플라스틱 새들 출고 — 본 교체 시 효과 큼 | 교체 권장 |
구매 전 한 가지를 확인한다면: 매장에서 직접 12프렛 현고를 측정해보고 구입하거나, 구입 시 셋업 포함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같은 모델도 개체마다 현고 편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